전세권설정해지 분쟁이 발생했다면
전세는 집값의 일부 금액을 보증금으로 두고 계약기간 동안 세입자가 집을 빌려서 사는 것으로, 이 후 계약이 종료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임대 방식을 말합니다. 매 달 나가는 별도의 임차액이 없으나, 보증금 금액이 크기 때문에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이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를 두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사전에 꼼꼼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때 전세 보증금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전세권 설정이 있습니다. 전세권이란 전세로 입주한 세입자가 전세금을 지급하고 타인의 부동산을 점유하여 그 부동산의 용도에 따라 사용·수익하는 권리를 말합니다. 전세권 등기 절차를 마치면 그 부동산 전부에 대하여 후순위권리자나 기타 채권자보다 전세금의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즉, 전세 등기 후에 해당 부동산에 다른 근저당권이 설정되거나 혹은 제3자에게 매매가 되더라도 전세권 설정이 되어 있다면 자신의 전세 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세입자가 집주인의 채권 · 채무 관계 등으로 인해 전세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위한 보호조치로 등기절차까지 마쳐야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전세권등기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보호를 받게 되겠지만 이 과정에서 우선 변제 순위가 밀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전세권 등기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강력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인 만큼 가능하다면 이를 설정하는 것이 좋은데, 전세권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전세권 설정 금액에 비례해 금액이 발생하는 것뿐만 아니라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집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등기부등본에 전세금 만큼 근저당권이 설정된 것과 비슷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른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거나 부동산 매매 시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으며 또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에도 불편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전세권을 설정하는데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집주인의 동의 하에 전세권설정을 하고자 한다면 제출해야 되는 서류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집주인은 인감증명과 주민등록초본, 등기권리증, 인감도장, 등기권리증, 신분증을 제출해야 하며 세입자는 주민등록등본과 도장, 신분증이 필요합니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공동으로 준비해야 하는 서류는 등기원인이 되는 전세계약서, 등록세를 냈다는 확인서나 통지서가 있습니다.
다만 집주인과 세입자 본인이 직접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리인을 통한 경우에는 위임장을 제출해야 합니다. 비용은 등록세와 지방교육세, 수입인지 등이 들기 때문에 비용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충분히 고려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임대인의 동의를 통해 전세권설정을 하였다고 해도 해당 부동산에 근저당권 등 다른 채권이 설정되어 있다면 전세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복잡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전세권설정 해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아직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전세권설정 해지를 했다면 다른 근저당권이나 채권에 앞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세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권리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세권설정 해지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는 무엇이 있을지 사례를 통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ㄱ씨는 ㄴ씨 소유의 부동산을 임대하며 전세권등기를 마쳤습니다. 그 후 전세기간이 만료되었지만 전세금을 반환 받지 못했습니다. ㄴ씨의 부동산은 다른 채권자의 경매신청으로 강제 경매가 진행되었고, ㄷ씨가 해당 부동산을 구매했습니다.
이후 ㄱ씨는 경매절차에서 자신의 보증금에 대해 배당요구를 하였습니다. 등기된 전세권은 원칙적으로 매수인이 그대로 인수하지만 전세권자가 배당요구를 하면 매각으로 소멸됩니다. ㄷ씨는 이를 근거로 ㄱ씨의 전세권이 매각과 동시에 소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ㄷ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ㄱ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대법원 재판부는 ㄱ씨의 전세권은 전세기간이 만료되면서 용익물권의 성격을 잃고 오직 담보물권적 권능만 존속하게 되었는데, 이럴 경우 전세권을 근거로 배당요구를 할 때 전세금반환의 권리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나 ㄱ씨는 이를 제출하지 않았고, 배당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ㄱ씨는 전세금반환을 매수자인 ㄷ씨에게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따라서 ㄱ씨는 전세권설정 해지를 하지 않았고, 매각으로 자신의 권리가 소멸하지 않았음을 주장함으로써 전세금의 청구권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전세금 반환 청구나 전세권설정 해지를 앞두고 있다면 복잡한 절차 등으로 인해서 불편을 경험하거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오히려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사안으로 인해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면 법적인 조력을 받아 대처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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