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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징계 소청 해고

집행유예 받으면 당연퇴직?

by 서경배변호사 2023. 6. 9.

형사 사건에서  집행유예를 받으면 다니던 직장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을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직무와 관련 없이 실수로 죄를 저질러 형사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술자리에서 우연하게 시비가 벌어져 피해자를 폭행하여  형사 문제가 되는 경우입니다. 수사 단계에서 불기소처분을 받으면 다행이나 기소 되어 재판을 받아 실형은 피하였는데 집행유예 판결이 선고되면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회사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상 당연 퇴직 사유로 금고 이상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를 표시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집행유예는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에 속합니다. 사용자는 직원이 집행유예 선고받은 사실을 알게 되면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에 의하여 당연 퇴직 처리를 하려고 하게 됩니다.  

 

 

◇ 공무원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는다면?

 

국가공무원법
 
제33조(결격사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3.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집행이 끝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4.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제69조(당연퇴직) 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에는 당연히 퇴직한다.
  1. 제33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단서 생략
 

국가공무원법 제33조는 공무원 결격사유를 열거하고, 69조는 제33조의 결격사유를 당연퇴직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무원이 직무 외의 범죄를 저질러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게 되면 당연퇴직을 하여야 합니다.

 

교통사고 범죄로 집행유예를 받은 공무원이 범죄 내용을 가리지 않고 집행유예시 당연퇴직사유로 삼는 것은 헌법상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한다고 하면서 국가공무원법 제69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에 내포된 사회적 비난가능성과 공무원에게는 직무의 성질상 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된다는 점을 함께 고려할 때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공무원으로 하여금 계속 그 직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은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손상시키고 나아가 원활한 공무수행에 어려움을 초래하여 공공의 이익을 해할 우려 또한 적지 아니하다고 보아 국가공무원법 제69조에 대하여 합헌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95헌바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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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근로자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는다면?

 

대법원은, 당연퇴직사유로 규정된 “형사상의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을 경우”의 의미가 문제된 사건에서, 다른 당연퇴직사유 및 당연면직사유와의 체계적 해석을 통하여 형사상의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을 경우를 당연퇴직사유로 한 취지도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자의 기본적인 의무인 근로제공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장기간 계속되어 왔음을 근거로 하여 사용자가 근로자를 당연퇴직시켜도 근로자측에서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상태, 형사상 범죄로 구속되어 있는 근로자가 현실적인 근로제공이 불가능한 신체의 구속상태가 해소되지 아니하는 내용의 유죄판결(예컨대, 실형판결)을 받은 경우를 의미한다고 풀이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1995. 3. 24. 선고 9442082 해고무효확인)

 

위 대법원 판결과 같은 취지의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사례를 소개합니다. A회사는 '업무와 관련없는 형사상의 범죄로 금고이상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을 때'를 당연퇴직사유로 정하고 있는데, 근로자 B는 직무와 관련없는 특수주거침입죄 등으로 징역5월에 집행유예 1년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A회사는 B가 금고이상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음으로 이유로 당연퇴직 조치를 하였습니다.  

 

B는 A의 조치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가 기각되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청구를 하였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을 때’를 당연면직 사유로 규정한 것은 사실상 현실적인 근로제공이 불가능한 상태인 실형 판결을 받은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되므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가 당연퇴직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고 보아 초심을 취소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

 

◇ 공기업 근로자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는다면?

 

공기업은 토지주택공사나 서울교통공사와 같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출자하여 설립한 기업입니다. 공기업의 인사규정에는  국가공무원법이나 지방공무원법 상 결격사유, 당연퇴직사유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공기업 직원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게되면 사용자는 인사규정 상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함을 이유로 당연퇴직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판결을 소개합니다. 소속 직원이 파업 중에 관계자를 폭행하여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서울메트로가 인사규정에 따라 당연퇴직 처리를 하였습니다. 근로자가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여 인사규정에 의한 당연퇴직이 부당해고가 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입니다.

 

제1심 법원근로자의 담당 업무나 지위, 범죄의 내용, 구속 여부, 당해 범죄행위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미친 영향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지방공기업 근로자가 집행유예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실을 일률적으로 당연퇴직 사유로 정한 인사규정은, 그 규정의 설정과 관련하여 사용자에게 부여된 합리적인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여 위법하므로 무효라고 보아 근로자 승소 판단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08.9.4.선고 2008구합15367).

 

 

항소심 법원은 인사규정의 당연퇴직사유를 공무원에 준할 정도로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용자의 인사규정 작성권한과 당연퇴직은 해고에 해당하여 해고 사유의 정당성을 갖추어야 하는 사정을 감안하면 인사규정을 무효라고 보기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공기업 직원에게는 공문원에 준하는 정도는 아니라도 일반 사기업 소속보다는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하면서  직원의 행위를 개별적, 구체적으로 검토한 후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 고용관계이 어렵게 되었고 직원에게 그 책임있는 사유가 있으므로 퇴직처분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 1심을 취소하고 사용자 승소 판결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09.4.21. 선고 28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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